울산의 유럽 경례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 후보 홍보물에 나치경례? 누리꾼들 “경악”

한국일보, 2021.11.09

울산의 한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후보자가 ‘나치 경례’를 떠올리게 하는 포스터를 공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당사자들은 해당 사진을 수정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글을 올렸고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7일 “나치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며 사과문을 올리고, 학생회 슬로건과 동작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사진은 3일 단과대 학생회 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추천인 서명 홍보를 위해 단과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카드뉴스에 담겼다. 학생회 선거에서 정식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단과대 소속 재학생 400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해 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해당 후보자들은 다음 날인 4일 추천인 서명이 끝나 정식 후보자로 등록됐다. 이들은 단독 출마해 경쟁 후보가 없는 상황으로, 찬반 투표를 통해 일정 비율만 넘기면 학생회의 회장과 부회장에 뽑힌다.

사진 속 한 손을 높게 뻗은 두 사람의 자세가 ‘나치 경례’와 비슷하다는 의혹은 SNS에서 시작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나치 경례’ 혹은 ‘히틀러 경례’는 1933~45년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을 통치하던 시절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나치당)이 하던 경례 방식이다. 대개 한쪽 팔을 높이 들어올리면서 “하일 히틀러”(Heil Hitlerㆍ히틀러 만보를 외쳤다. 독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이 자세를 취할 경우 이적단체 상징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될 만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를 접한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멀쩡한 동문들은 무슨 죄야? 저런 사상을 가진 사람이 학생회 대표로 출마하다니”, “와 진짜 뭘 배우고 대학을 오는 거며, 심지어 인문대야?”, “재현을 똑같이 한 거 보니 일부러 했나 본데 저런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 저걸 제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안 믿긴다” 등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후보자들 중 한 명이 역사문화학을 전공한다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맥락을 알고도 일부러 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를 전공한 인문대 학생이 ‘나치 경례’를 모를 리가 없다는 것. 누리꾼들은 “역사과라고? 이야 다분히 고의적인데”, “역사학과가 몰랐을 리가 없지만 진짜 몰랐다면 그건 그거대로 심각”, “역사학과라는 게 진짜 경악스럽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게시물이 논란이 된 후 해명은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SNS에 ‘나치 경례’를 지적하는 댓글들이 달리자 당사자들은 “(예비 학생회의) 타이틀인 ‘불멸’의 의미 중 저물지 않는 태양을 의미하는 동작이었다”고 해명하는 입장문을 게시하고 사진을 수정했다. 그 후 비판하는 댓글이 계속되자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검토 후에 게시한 것이니 추후 또 이런 댓글을 남기면 정식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당사자들의 입장문에서 ‘불멸’과 ‘저물지 않는 태양’이라는 표현이 석연치 않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유럽에서 나치 문양은 전통적으로 ‘태양’을 의미하고, 일본의 전범기(욱일기)에도 태양을 형상화한 만큼 제국주의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 누리꾼들은 “나치식 경례에 전범기의 의미를 곁들인ㅋㅋㅋ 진짜 제국주의네”, “대학교 학생회에 불멸과 저물지 않는 태양이 웬 말인지”, “해명이 더 이상하다. 대놓고 나치 정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판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자 후보자들과 선거관리위원장은 7일 SNS에 다시 한번 사과문을 올려 공식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들은 “안일하게 생각해 다른 의미인 나치에 대해 생각을 전혀 못 했다”며 “절대 나치를 옹호하지 않는다”고 사과했다. 또한 기존의 타이틀인 “불멸”과 오해를 삼았던 동작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장은 “SNS에 올라온 글을 확인한 결과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금일 회의를 통해 후보자들에게 더 신중하도록 구두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드백이나 의견은 감사히 듣겠지만 “정도가 지나치는 비난이나 조롱은 자제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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